▲ 김중배. 한국조명신문 발행인 겸 편집인. 大記者. 조명평론가. ©서울시민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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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나 정부에 해결해야 할 과제가 생겼을 때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과정을 국가 또는 정부의 의사결정과정(Decision Making Process)이라고 합니다. 이런 의사결정과정을 통해 만들어진 결과물을 국가 또는 정부의 정책(Policy)라고 하지요.
이렇게 해서 만들어진 국가와 정부의 정책에는 ‘당면한 국정 과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에 대한 방안이 모두 들어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이 정책을 통해서 달성해야 할 목표는 무엇이고, 그 목표의 달성을 위해 누가, 무엇을, 어떻게, 어느 정도의 인력과 예산을 투입해서, 언제까지 실행을 할 것인가 같은 내용들이 포함돼 있는 것이지요.
◆‘법률’은 ‘정책’을 담는 ‘제도적인 그릇’ 하지만 정부가 이런 정책을 세운다고 해서 곧바로 실행에 들어갈 수는 없습니다. 이 정책을 뒷받침할 ‘법률’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국회의 본회의를 통과한 ‘법률’이 없으면 정부가 세운 정책은 한낱 ‘휴지조각’에 불과할 뿐입니다.
정책의 집행에 필요한 인력과 예산을 정부가 사용할 수가 없는 까닭입니다. 아무리 국가와 정부라고 하더라도 정책을 집행할 조직과 예산, 인력이 없으면 어떤 정책도 실행할 수가 없다는 것은 삼척동자(三尺童子)라도 아는 일입니다.
문제는 이렇게 만들어진 정책과 법률이 제정과 공포의 단계를 거쳐 본격적인 시행에 들어가게 되면 모든 국민과 기업이 하나같이 그 법률을 지킬 의무가 생긴다는 것입니다. 이것을 ‘법률의 구속력’이라고 합니다. 국민과 기업이 ‘법률’을 지키지 않았을 때, ‘법률에 따라’ 처벌을 받게 되는 근거도 바로 여기서 생기는 것입니다.
게다가 설령 이 법률에 문제가 있다고 하더라도 정부나 국회에서 ‘개정’을 하기 전까지 법률을 지키지 않을 경우에는 ‘잘못된 법률이 정한 바에 따라’ 예외없이 처벌을 받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정책’이 곧 ‘법률’이고 ‘법률’이 곧 ‘의무’와 ‘책임’, ‘처벌’의 출발점이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이런 ‘법률’이 최근에 하나 새로 제정됐습니다. 그 ‘법률’이 바로 내년 1월부터 시행되는 ‘중대재해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입니다.
정부가 이 ‘법률’을 제정한 목적은 “중대산업재해와 시민재해는 개인의 과실이 아니라 기업의 조직적 범죄이며, 경영책임자의 처벌을 통해 재발방지와 재해예방을 위한 구조적, 조직적 대책을 세우도록 한다”는 것입니다.
이 ‘법률’이 만들어진 배경은 산업현장에서 작업을 하던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고가 계속해서 벌어졌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최근 들어 산업현장에서 작업을 하던 근로자가 사고로 사망하는 사례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한동안 우리 사회를 들끓게 했던 ‘지하철 2호선 구의역 근로자 사망 사건’도 그런 사례 가운데 하나입니다.
◆너무 많이 발생하는 ‘중대재해’ 참고로, 2019년 11월에 안전보건공단 산하기관인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이 ‘2016년부터 2018년 사이에 발생한 중대재해조사 보고서’자료를 통해 중대재해의 유형별 현황을 분석·연구한 보고서를 발표한 바가 있습니다.
이 보고서에 의하면 제조업에서는 중대재해의 80% 이상이 ‘단독 작업’에서 발생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가운데 32%가 끼임·협착에 의한 사고로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또한 이런 사고의 대부분은 기계가 작동되고 있는 상황에서 수리점검을 하던 중에, 안전방호설비가 미흡해서 발생한 것이라고 합니다.
특히 조명산업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건설업의 경우, 20억원 미만 규모의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중대재해가 72%를 차지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 중 작업을 하다가 추락해서 발생한 중대재해가 59%로서 매년 270여명이 이런 사고를 당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리고 방호장치를 설치하지 않았거나 불량한 경우가 30%대, 그 밖에 작업수행 절차가 부적절해서 발생한 중대재해가 20%대를 차지했다고 합니다.
이런 중대재해를 근절하기 위해서 정부가 제정한 법률이 ‘중대재해처벌법’입니다. 이 법률은 ‘중대재해가 발생한 기업의 사업주나 안전 업무 책임자’에게 무거운 책임을 묻고 있습니다.
작업자가 1명 이상 사망한 경우에는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고, 6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부상자가 2명 이상 나오거나 같은 유해 요인으로 질병자가 3명 이상 나온 경우에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합니다.
이 중대재해처벌법의 시행령 제정안도 이미 만들어져 지난 7월 12일부터 8월 23일까지 40일 동안 입법예고 중입니다. 한편 주무관청인 고용노동부에서는 지난 7월 1일 산업안전보건본부를 출범시켰습니다.
국민들의 일터인 산업현장에서 ‘사망’과 같은 중대재해가 끊이지 않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입니다. 그들이 어느 가정의 가장이고, 누구의 아들딸이고 형제며, 누구의 남편이나 아내이며, 아버지요 어머니라는 사실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습니다. 그러므로 중대재해를 예방하고 산업안전을 강화하는 일은 더 이상 미룰 수가 없습니다.
◆‘사후 대책’보다 ‘사전 예방’이 더 ‘좋은 방법’ 이와 관련해서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 바로 ‘하인리히의 법칙’입니다. 이 법칙은 허버트 윌리엄 하인리히(Herbert William Heinrich)가 1931년에 출판한‘산업재해 예방 : 과학적 접근 Industrial Accident Prevention : A Scientific Approach’이라는 책에서 소개한 법칙입니다.
흔히 ‘1 : 29 : 300의 법칙’이라고도 하는 이 법칙에 따르면 “어떤 대형 사고가 하나 발생하기 전에는 그와 관련된 평균 29 차례의 경미한 사고가 발생하고, 300번의 사전 징후들이 반드시 나타난다”고 합니다.
이 ‘하인리히의 법칙’은 우리가 이런 징후들을 미리 발견하고 사전 조치를 한다면 1개의 ‘중대재해’는 충분히 막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줍니다. 말하자면 100번의 사후 대책이나 처벌보다 1번의 사전 예방이 더 좋은 ‘중대재해방지방법’이라는 얘기입니다.
부디 ‘산업안전보호법 시행령’이 입법예고 기간 동안 보다 합리적이고 적절한 내용으로 가다듬어질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 김중배. 한국조명신문 발행인 겸 편집인. 조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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